[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우원식 국회의장이 2일 오후 열릴 예정인 국회 본회의에 야당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감액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정기국회가 끝나는 오는 10일까지 예산안과 관련한 합의를 마무리할 것을 주문했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일은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의결에 관한 법정 기한"이라며 "예결위가 의결한 (내년도) 예산안이 본회의에 부의돼 있지만 국회의장은 본회의에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국회의장이 법정 기한 미준수를 감수하면서까지 예산안의 본회의 상정을 미룬 이유는 현재로서는 예산안 처리가 국민께 희망을 드리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민생과 경제를 안정시키고 경제적 약자와 취약계층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예산을 만들 책임이 국회에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수당은 다수당으로서, 여당은 집권당으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과 도리를 다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며 "합의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대하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예산안 확정이 늦어지면 중앙 정부는 물론 연계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집행까지 늦어진다. 설명이든 설득이든 필요한 모든 것을 하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우 의장은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양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했지만 국민의힘이 거부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대신 우 의장은 추경호 국민의힘·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차례로 만나 의견을 공유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감액 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일방 처리한 데 대해 사과·철회하지 않으면 대화에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감액 예산안과 감사원장·검사 탄핵소추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국회 상황에 대해 우 의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의장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선 의원들이) 국회의장에게 국회를 원만히 운영해달라고 항의 말씀을 전했다"며 "(본회의) 첫번째 부의 안건으로 탄핵안을 올려놓은 것에 대해, 의장이 무차별하게 탄핵안을 올린 것에 대해 온당치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신 원내대변인은 또 "야당 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감액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서도 유감스러우며 사실상 국가 운영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항의를 했다"며 "우 의장이 민주당의 대리인처럼 행동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여러 분들이 (말)했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우 의장에 감액 예산안을 이날 본회의에 상정·의결해달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 원내대표는 우 의장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헌법 54조 2항에 따라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을 확정해야 해서 오늘 예산안을 상정하고 의결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추 원내대표로부터 어떤 제안도 받지 못했다. 증액을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고 하면 정부여당이 진정성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다. 예결위에서 감액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감액안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82억5100만원)와 검찰 특정업무경비(506억9100만원), 검찰 특활비(80억900만원), 감사원 특경비(45억원), 감사원 특활비(15억원) 등이 삭감됐다.
야당은 예결위가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 돼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헌법상 국회가 예산을 증액하거나 신설하려면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감액은 정부 동의 없이 할 수 있다.
다만 여야가 막판 극적 합의를 타결할 경우 증액안을 반영한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