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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정부가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비수도권 분양시장 불황으로 어려움에 처한 지방의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미분양 매입 자체는 숨통이 트일 만한 대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지방 아파트 수요를 끌어낼 금융·세제 혜택이 빠진 것에 아쉬움을 보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국토교통부 등은 19일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역 건설경기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은 ▲LH가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지방 준공 후 미분양 3000호 직접 매입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범위 및 비율 4~5월 중 결정 ▲3월 중 책임준공 개선방안 발표 등이 골자다.
이에 대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악성 미분양 아파트를 LH가 사들이겠다는 것은 진일보한 부분이다. 2009년에도 시행한 만큼 현실성은 있다"면서도 "특정 지역 단지를 통매입할 건지 선정 요건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시장 상황에 따라 매입 규모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전체 준공 후 미분양 규모에 비해선 모자란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토부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전국의 악성 미분양은 전월 대비 2836호(15.2%) 증가한 2만1480호로 10년5개월만에 처음으로 2만가구를 넘겼다. 전체의 79.3%(1만7229호)가 지방에 분포해 있다. LH 매입임대 3000호는 전체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의 15%에 못 미친다.
또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수요자들이 지갑을 열만한 대대적인 유인책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게 큰 반향이 될 대책은 아닌 거 같다"며 "이 정도 물량으로 시장이 움직이기엔 경색이 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LH가 건설사 유동성 공급을 위해 3조원 상당의 건설사 토지 매입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실적 0건을 기록한 점도 언급된다. 당시 LH가 기준가격 90% 한도 내에서 '역경매' 방식으로 매입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걸림돌이 됐다는 평가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LH 적자가 이미 100조원대 규모인데다가 매입 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매입 조건이 엄격해지면 극도로 경영사정이 어려운 시공사들 외엔 조건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방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끌어낼 양도세·취득세 완화 등의 세제 감면과 스트레스DSR 3단계 한시 미적용 등이 빠지거나 확정되지 않은 점도 지적된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LH가 다 사주는 것으로도 해소될 수 있지만 결국 지역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려면 수요가 살아나야 한다"며 "다주택자 규제를 푸는 게 어렵다면 지방 세컨드홈 세제 혜택이나 범위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짚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장작에 불을 붙일 만한 뭔가가 있지 않는 한 이런 군불 때기로는 커다란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양도세, 취득세 감면으로 수요를 끌어들일 대책이 뒤따르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