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기업에 '차별적'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의 시민과 기업에 대해 미국 내 세율을 두 배로 인상하겠다고 엄포를 놨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백악관이 지난 20일 공개한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이라는 대통령 각서를 분석해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해당 각서는 "재무부 장관은 상무부 장관 및 미국무역대표(USTR)와 협의해 외국이 미국 시민 또는 법인에 대해 제26편 제891조에 따라 차별적 또는 영외 세금을 부과하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FT는 미국 세법 '제26편 제891조'에 대해 "90년 된 모호한 조항"이라면서, 미국 내 자국민과 기업에 징벌적 세금을 부과해 외국에 보복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당 법 조항은 대통령이 차별적 세금을 부과한다고 판단할 경우, 외국의 시민과 기업에 적용하는 세율은 "(기존의) 두 배로 인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도 않다.
이에 대해 앨릭스 파커 에이드베일리 세법국장은 "이 891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가장 극단적인 선택"이라며 "그들이 처음부터 그것을 사용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흥미롭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글로벌 세금 협정'이란 각서도 발표했는데, 여기엔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방지를 골자로 한 '글로벌 최저한세(법인세) 제도' 합의에서 빠지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디지털세 '필라2'로도 불리는 글로벌 최저한세는 각국이 연간 매출 7억5000만 유로(약 1조1203억원) 이상의 다국적 기업 소득에 대해 최저 15%의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만일 특정 국가에서 실효세율이 최저한세율보다 낮게 적용될 경우, 소득산입보완규칙(UTPR)에 따라 해당 국가에 추가로 과세권을 부여한다.
현재 글로벌 최저한세는 공화당의 저항으로 법안 서명이 이뤄지지 않아 의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해당 제도의 의회 통과를 무력화하고, 미국 기업에 불균형하게 과세하는 국가에 대한 '보복 조치'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각서에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지원한 OECD 글로벌 세금 협정은 미국 소득에 대한 영외 관할권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과 근로자의 이익을 위한 조세 정책을 제정하는 우리나라의 능력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세금 협정이 미국에서 효력이나 효과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함으로써 우리 국가의 주권과 경제적 경쟁력을 회복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각서에서 "미국과의 조세 조약을 준수하지 않는 외국 국가 또는 치외법적이거나 미국 기업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조세 규칙을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할 가능성이 있는 외국 국가가 있는지"에 대한 조사도 명령했다.
이어 60일 이내로 미국이 이에 대응해 채택할만한 '보호 조치에 대한 옵션 목록'을 작성해야 하며, 영국과 한국, 일본, 캐나다 등 OECD 협정 서명국에 '미국은 글로벌 최저한세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내용의 통지를 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일련의 행정명령에 대해 전 영국 무역부 관리인 앨리 레니슨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국가들의 차별적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를 넘어 세금으로까지 '경제 전쟁'의 망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 EU 고위 관리는 억만장자 기술 기업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이 아닌 세금에 대해 행동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에 대한 대화는 거래적이지만 진정한 싸움은 재산이 걸린 곳으로 이동하고 빅 테크가 이익을 볼 것"이라고 전했다.